증강현실(AR) 글래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엘코스(LCOS:LC on Silicon)와 레도스(LEDoS:LED on Silicon)가 기술표준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엘코스는 실리콘 기판 위에 액정표시장치(LCD)를 두고 입사한 빛의 위상을 바꿔 출력하는 반사형 디스플레이다. 레도스는 같은 기판 위에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메타는 첫 상용 AR 글래스에 엘코스를 채택했다.
김보은 라온텍 대표는 디일렉 인터뷰에서 엘코스는 적(R)녹(G)청(B) 색상 구현, 해상도, 원가 측면에서 레도스보다 우위에 있다고 봤다. 라온텍은 엘코스와 레도스를 모두 개발하는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업체다. 김 대표는 "스마트 안경 핵심은 무게"라며 엘코스의 경량성이 AR 글래스에 채택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메타가 최근 선보인 AR 기기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래스' 무게(디스플레이 탑재 기준)는 약 68g이다. 김 대표는 "업계가 보는 안경형 기기의 마지노선은 50g이다. 70g을 넘으면 '조금 무겁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라온텍 파트너 업체가 제작한 프로토타입 안경 무게는 43g"이라며 "디스플레이가 없는 메타 제품이 50g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자사 제품이 더 가볍다"고 강조했다.
고해상도 역시 AR 글래스가 갖춰야 하는 성능이다. 라온텍에 따르면 최신 엘코스 제품군 P13 픽셀 크기는 3마이크로미터(㎛)다. 동일 화소 내 RGB를 분리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어, 동일 면적 대비 해상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라온텍 설명이다. 이에 비해 레도스와 올레도스(OLEDoS)는 RGB 서브픽셀을 각각 구현해야 해, 픽셀 피치(화소 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엘코스를 구현할 수 있는 회사는 손에 꼽는다. 김 대표는 "과거 구글 글래스에는 대만 업체 제품이 들어갔지만, 지금은 사실상 투자가 축소된 상황"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AR 글래스용 엘코스를 양산 공급하는 곳은 미국 옴니비전 테크놀로지스와 라온텍 2곳뿐"이라고 말했다.
레이밴 매타 스마트글래스에는 라온텍 제품이 탑재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경쟁사가 2년 먼저 제품을 출시하며, 선점했다"면서도 "대형 컨슈머 제품에서 엘코스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시장 개화 신호"라고 긍정 평가했다.
라온텍은 엘코스 외 레도스, 올레도스까지 개발·생산한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백플레인 설계도 함께 영위 중이다. 라온텍이 부품업체가 아니라 솔루션 회사라고 소개하는 배경이다.
회사는 AR 글래스 외에도 자동차용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으로 엘코스 활용처를 넓혔다. HUD는 단순히 속도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도로 위에 내비게이션 경로를 입체 투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라온텍은 이미 유럽은 물론 북미 완성차 업체와 협업, 관련 패널을 공급한 바 있다.
라온텍은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 참가한다. 공개 전시 대신 프라이빗 부스를 열고 고객사와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김보은 대표는 "아직 AR 글래스 시장이 개화하진 않았지만 컨슈머 제품이 나왔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준까지는 올라왔다"며 "개화하는 시장은 내일이 다르고, 내년이 다를 것"이라고 발혔다.
-AR 글래스 시장이 개화하는 분위기다. 메타가 레이밴 메타 글래스를 출시했는데, 어떤 제품인가.
"디스플레이가 있는 제품과 없는 제품, 이렇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제품을 요즘은 'AI 글래스'라고 부릅니다. 안경을 쓰고 AI 서비스와 연동해 정보를 얻는 방식인데, 디스플레이를 넣기가 쉽지 않다 보니 먼저 디스플레이 없는 스마트 안경+AI 서비스 조합이 시장에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원가도 낮출 수 있습니다. 메타의 경우 400~500달러 선에서 판매 중입니다.
-AI 글래스는 카메라나 마이크로 AI와 상호 작용하나요?
"여기서 핵심은 카메라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사용자 1인칭 시점에서 AI는 '사용자(나)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봅니다. 단순 텍스트 입력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문맥을 이해하는 겁니다. 향후 사용자가 물어보기 전에 AI가 "이거 궁금하시죠?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AI 안경에서 가장 큰 혁신 포인트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슷한 기능을 쓰지만, 안경 형태가 훨씬 자연스럽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현재 스마트폰은 카메라를 켜고, 화면을 보면을 보면서 이미지를 AI에 인식하도록 합니다. 이런 작업을 안경에서 하면 더 편리하게 (AI 기능을) 편리하게 쓸 수 있습니다.
-메타가 내놓은 제품 중 디스플레이가 있는 모델은 어떤 제품인가요?
"메타는 최근 디스플레이가 탑재한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제품명은 메타 디스플레이 글래스입니다. 레이벤과 협업해 '레이밴 디스플레이 글래스'로도 불립니다.
-가격 차이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제품이 약 800달러로 더 비쌉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AI 글래스는 원가 기준 150달러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디스플레이가 있는 제품 원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13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초기 VR 기기 시장과 유사합니다.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에 들어가는 칩과 하드웨어는 더 커지는가?
"칩은 거의 같습니다. 퀄컴의 AR용 칩셋이 들어가고 가장 큰 차이는 디스플레이와 광학계입니다.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광학계는 웨이브가이드를 사용합니다. 현재 스마트 안경 생산에서 가장 큰 병목은 광학계가 1순위, 그 다음이 디스플레이입니다.
-AR 글래스에 들어가는 라온텍의 핵심 부품과 엘코스(LCOS)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스마트 안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디스플레이를 작게 만드는 방법은 유리 기판 위가 아니라 반도체 기판 위에 만드는 것입니다. 그 위에 액정을 올리면 엘코스(LCOS), OLED를 올리면 올레도스(OLEDoS), LED를 올리면 레도스(LEDoS) 또는 마이크로 LED라고 부릅니다.
라온텍은 이 분야에서 백플레인 설계부터 패널 제작까지 직접 수행해 납품합니다. 웨이퍼(백플레인)만 제공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저희는 설계·패널·시스템까지 묶어 공급하기 때문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엘코스·올레도스·레도스는 각각 적용 분야가 다르다고 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제품의 운용 분야에 따라 쓰임새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애플 비전 프로 같은 VR 기기에는 올레도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 구조에서는 엘코스는 어렵고, 레도스는 더욱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반면 AR 글래스에서는 엘코스냐 마이크로 LED(레도스)냐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뚜껑을 열어보니, 메타 글래스에는 엘코스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 글래스를 말하는 건가요? 판매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네, 그 제품입니다. 지금까지 약 5만대 정도 판매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추가 생산은 진행 중이지만, 많이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원가 구조와 적자 요인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번 출시를 통해 시장 테이프 컷팅(출발점)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경험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후 서비스와 확산이 이어질 수 있는 시작점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 글래스에 들어간 엘코스는 누가 공급하나. 글로벌 공급사는 얼마나 되나.
과거 구글 글래스에는 대만 하이맥스 제품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많이 줄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라온텍과 옴니비전(미국 기업이었으나 중국 자본에 인수됨) 두 곳에서 시장에 제품을 공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AI 글래스와,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 모델은 형태가 많이 다른가.
"크게 많이 다르지는 않지만, 디스플레이 탑재 모델이 조금 더 크고 두껍습니다. 또 디스플레이가 한쪽에만 들어가 있습니다.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 글래스 무게는 약 70g이고, 제가 착용한 디스플레이 없는 모델은 50g 수준입니다. 50g이 사실상 문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70g이 되면 '조금 무겁다'는 느낌이 듭니다.
-양안(雙眼) 디스플레이 구조는 어떤가.
"저희가 가져온 양안형 프로토타입을 보면,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디스플레이가 있고, 웨이브가이드 렌즈도 두 개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더 비싸지고, 더 무거워지고, 배터리도 커집니다. 무게가 100g에 가까워집니다.
또 사람마다 눈이 서로 다르고, 양안 시차·정렬 문제가 매우 복잡합니다. 한쪽 눈만 쓸 때보다 훨씬 난도가 높습니다."
-메타는 왜 한쪽(단안) 디스플레이 구조를 선택했나.
"메타는 여러 요소를 감안해 한쪽만 먼저 적용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가, 생산성, 양안 정렬 문제, 배터리까지 전부 고려한 결과입니다. 처음부터 하나가 더 좋아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고, 결국 양안으로 가야 하지만 '시작 단계'에서는 단안으로 간 선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 마이크로 LED 기반 AR 안경이 많이 등장했는데, 왜 엘코스 선택이 더 적합했다고 보나.
"최근 몇 년간 나온 마이크로 LED 기반 프로토타입 AR 안경들은 대부분 모노크롬(단색)이었습니다. 번역이나 간단한 텍스트 정도는 가능하지만 사용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풀컬러로 확인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였습니다. 그렇기에 AR 글래스에 마이크로 LED는 아직 어렵겠다고 판단했고, 메타가 엘코스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메타 레이벤 디스플레이 글래스에 들어간 엘코스는 라온텍 제품인가.
"라온텍 제품은 아닙니다. 경쟁사가 저희보다 약 2년 정도 먼저 제품을 내놓으면서 선점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번 제품을 통해 시장 자체가 열렸다는 것입니다. 다른 AI 글래스에 들어갈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AR 글래스 해상도 트렌드는 어떻게 가고 있나.
"최근 흐름을 보면, 저해상도 제품은 초기에 쓰기에는 괜찮지만, 사용자가 조금 더 쓰다 보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 시야각이 넓고 고해상도인 제품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그 영역에서 저희가 새로 만든 엘코스 제품이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라온텍이 만드는 제품군, 그리고 경쟁력은 무엇인가?
"저희는 엘코스, 올레도스, 레도스 등 모든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작게 만드는 게 곧 기술 경쟁력입니다.
또 엘코스는 3㎛ 안에 RGB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반면 레도스나 올레도스는 RGB를 각각 따로 만들어야 해서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휴대·착용형 기기에는 어떤 마이크로디스플레이가 더 적합한가.
"휴대하고 돌아다니는 형태의 기기라면, 아무래도 작고 가벼운 디스플레이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희가 개발 중인 제품들이 적합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라온텍이 주력으로 공급 중인 제품은 무엇인가.
"지금은 P13, P24 두 가지 제품을 새로 만들어 여러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P13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 칩으로, 전력 소비가 매우 낮습니다. P24는 풀 HD급 해상도를 구현합니다,"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글래스 해상도는?
"600×400입니다. 저희 제품과 비교하면 해상도 측면에서 차이가 큽니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해상도가 높고, 전력 소비도 낮아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AR 글래스 시장의 성숙 속도는 어떻게 보나.
"체감상 언제 올까 싶은데, 막상 오면 내일이고 다음 달이고 내년이면 또 달라지는 시장입니다. 변화 속도가 굉장히 큽니다."
-라온텍 파트너사의 프로토타입 AI 글래스 무게는?
"43g입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메타 제품이 약 50g 수준인 걸 감안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디스플레이가 함께 탑재될 경우 프라이버시 이슈도 있지 않나.
"맞습니다. 메타 레이밴 글래스가 아직 한국에 못 들어온 이유 중 하나도 프라이버시 규제 때문입니다. 그래서 촬영 중임을 알리는 LED가 탑재돼 있습니다."
-경쟁사가 많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마이크로LED 쪽으로만 달려갔기 때문입니다. 엘코스는 이른바 '섹시하지 않은 기술'로 여겨졌습니다.
저희도 마이크로LED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상용화 관점에서 보면 마이크로LED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굉장히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은 오히려 엘코스 쪽입니다. 그래서 두 기술을 모두 보면서 병행해 가고 있습니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HUD는 작은 화면에 제한적인 정보만 표시됐지만, AR HUD로 발전하면 화면이 커지고, 다중 심도(Depth)를 구현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런 기능을 홀로그램 기반의 복잡한 기술로 구현하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오랜 준비 끝에 미국의 한 완성차 업체가 양산했고, 국내 글로벌 모듈 기업과 협업한 사례도 있습니다."
-CES에도 참가하나.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
"매년 CES에 참여합니다. 다만 공개 전시 부스는 운영하지 않고, 프라이빗 부스 중심으로 진행합니다. 저희가 다루는 기술과 부품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고, 고객사들도 대외비 기반의 사업 협의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 같다.
"맞습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면 라온텍에도 큰 기회가 온다고 보고 있습니다."